1. 산에 대하여
산이란 부식성이 있는 액체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도 약한 산이기 때문이다. 용액이 산성인지 아닌지 알고 싶을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지시약이라는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주구장창 들어왔던 그 리트머스 종이 맞다.)
지시약(indicator)이란 일반적으로 색깔 변화를 이용해 산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화학 물질을 말한다. 1600년대 초기 유럽 화학자들은 색이 짙은 꽃과 채소의 추출물을 지시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시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적양배추를 잘게 잘라서 물에 담근 후 살짝 가열해주면 보라색 용액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훌륭한 지시약이다. 산성 용액인 식초를 이 용액에 타면 색깔이 밝은 분홍색으로 변한다.
리트머스 종이는 지시약을 묻힌 종이로, 푸른색 리트머스 종이를 붉은색으로 바꾸는 용액은 산성이라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는 이 정의를 적용하기 어려운데, 이는 커피의 원래 색깔이 워낙 진하기 때문에 색깔 변화를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일반적인 정의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2. 산과 염기의 정의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정의는 산은 염기와 만나 반응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염기는? 물론 산과 만나 반응하는 물질이다. 위의 정의는 순환적이기에 다소 애매한 면이 있다. 따라서 염기와 관련된 일반적인 관찰 사실들, 예를 들어 맛이 쓰다거나 미끌미끌하고 붉은 리트머스 종이를 푸른색으로 바꾼다는 사실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염기의 예에는 암모니아와 소다가 있다. 소다를 녹인 물은 보라색 양배추 지시약을 암청색으로 변화시킨다. 암모니아는 양배추 지시약을 녹색으로 변화시킨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된 정의는 산이 염기와, 염기가 산과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산-염기 반응은 중화(neutralization) 라고도 많이 불린다.
3. 중화반응
상대방을 중화시킨다(neutralize)라는 것은 누군가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산은 염기를, 염기는 산을 중화시킨다. 중화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과염기의 가장 단순한 정의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아레니우스 정의에 따르면, 산은 물에 녹아 수소 이온(H+)을 내놓는 물질이고, 염기는 물에 녹아 수산화 이온(OH-)을 내놓는 물질이다. 이 때 중화 반응은 산과 염기가 만나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의 반응을 통해 물을 생성하는 반응이다.
지시약을 사용할 때에 암모니아나 탄산수소나트륨 같은 염기를 다루기에는 그 적용 범위가 너무 좁았다. 따라서 보다 넓은 정의가 필요했고, 브뢴스테드-로우리의 정의에서 H+를 받는 물질을 염기로 정의했다. 더 나아가 산과 염기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pH이다.
4. pH
pH라는 용어는 낯설면서도 한편으로 치숙하다. 수족관에서 수중 생물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pH가 알맞은 값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푸른 수국이 아니라 분홍색 수국을 원한다면 마찬가지로 토양의 pH를 잘 조절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화장품 광고에서도 'pH균형'이라는 단어를 쓴다.
pH는 용액의 산성도를 나타내는 값인데, 독특한 척도를 가진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용액 속에 있는 산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pH값은 더 작아진다. 예를 들어 레몬 주스의 경우 pH의 값이 2.3정도 이며, 비누의 경우 pH의 값이 10정도이다. 산성도가 10배 단위로 변할 때마다 pH는 1씩 변한다.
pH 7은 중성인데, 순수한 물의 pH에 해당하는 값이다. 하지만 피부는 약간 산성이기 때문에 화장품의 경우 pH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수족관의 경우도 마찬가지. 동물의 배설물이 분해되며 암모니아는 물을 염기성으로 만들기 때문에 pH 수치를 잘 관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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