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화학(Forensic chemistry)
법화학은 범죄수사의 떠오르는 별이다. 물론 뿅하고 결과물이 금방 나오는 드라마와 달리, 다소 시간을 소요하지만 말이다. 범죄사건이 발생했을 때, DNA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법화학자들은 실험실이 아닌 범정에서 분석 결과를 진술해야 할 때가 있다. 법화학 분야는 대체로 고도 전문화 분야인데, 예를 들어 전문적으로 오직 불법 약물을 식별하는 데에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집중하는 법화학자도 있다. 법화학자들은 또 다양한 상황에서 작업하며, 다양한 분석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이 원하는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 DNA 분석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DNA는 다르므로, 머리카락 한 가닥이나 우표를 붙일 때 발랐던 침과 같이 아주 작은 신체 표본으로도 DNA를 식별할 수 있다. 법화학자들은 이 미세한 DNA표본에 효소를 이용하여 수백, 수천 개로 복사해낸다. 효소는 반대로 DNA를 조각내어 단 한 사람을 식별해주는 특정한 패턴을 나타내는 데에도 쓰인다.
(2) 공항에서의 법화학
법화학은 공항에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승객이 위험물질을 소지하고 있는지 판별해내는 경우, 보안검색 요원은 면봉으로 승객의 물건을 닦아낸 다음 기계에 넣는다. 면봉이 기계에 들어가면, 면봉에 묻은 유기 화합물이 기화하고 다른 기체와 섞이게 된다. 섞인 기체 혼합물은 다른 구획에 도달하여 방사성 니켈로부터 방출된 높은 에너지의 전자와 만나는데, 이 과정에서 이온이 만들어진다. 이온을 기계 내에 전기장을 통과시켜 움직임을 분석하면 이온의 상대적 질량을 알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위험 물질의 정보가 일치하는 지를 결정하는 식이다. (큰 이온은 작은 이온보다 무겁고, 통과하는 과정에서 기체 분자와 더 많이 충동하기 때문에 전기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원리이다.) 이런 기술은 이온 이동도 분광법(ion mobility spectrometry)이라고 불린다.
(3) 범죄현장에서의 법화학
법화학은 방화 사건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 분석기를 통해 화재에서 나온 잔해를 분석하면, 현장에 있던 화합물 중 어떤 것이 발화 촉진제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표본의 탄화 수소 패턴에 따라 발화 지점도 추정할 수 있다.
법독극물학은 살아있는 사람과 시체의 생체 조직에서 약물 및 알코올 함유량을 검출할 때 사용되며, 다양한 화합물을 분리하여 농도를 분석하는 데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한다. 크로마토그램에 나타난 최고점과 최저점으로 혈액 표본에 들어있는 알코올의 농도를 알 수 있으며, 혈액이나 소변, 조직에 함유된 화합물이 불법 물질의 화학적 신호와 일치하는지를 알 수 있다.
2. 게놈지도
DNA 분자는 연속적인 질소 염기쌍에 의해 결합되어 있으며, A염기는 언제나 T와, C염기는 언제나 G와 짝을 이룬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사람 DNA에 있는 31억개의 문자를 모두 해독하기 위해, DNA 분자의 한쪽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확인된 염기 서열을 기초로 게놈지도를 만든다. (31억개의 염기서열이 어느 정도 되는 양인지 가늠해보자면, 글씨로 써서 워싱턴 기념비만큼 되는 탑을 쌓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게놈지도는 각각의 염기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DNA 가닥에서 특정한 유전자의 위치를 표시한다. 유전자는 수천 개의 염기로 구성되며, 그 염기서열을 몰라도 DNA 상의 유전자의 위치, 어떤 유전자인지를 알 수 있다.
인간 DNA는 3만~4만개의 독립된 유전자를 가진다. 전체 DNA의 1/60에만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정보가 들어있으며, 그 나머지는 언제, 그리고 몸의 어디에서 각 유전자가 사용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각 사람의 DNA는 99.9% 가 일치하지만 마지막 0.1%가 다르다. 따라서 사람마다 각종 질병이나 환경 오염 물질에 의해 받는 영향과 약물치료에 대한 몸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게놈 서열을 분석하는 작업은 약 15년이 걸렸다. 과학자들은 샷건 시퀀싱(Shotgun sequencing)이라는 방법을 통해 분석 방법을 줄일 수 있었는데 이는 DNA를 조각내어 분석한 후에 결과를 다시 조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초기에는 조잡하고 오류투성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훨씬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도입되었다.
게놈과 관련해서는 논의해야할 윤리적 사안이 너무 많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가 환자의 DNA배열에 따라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가? 혹은 부모가 자식에게 가족력이 있는 병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DNA에서 유전자를 지울 수 있는가? 더 나아가 부모가 자식의 눈 색깔이나 지능, 키를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까지 나아간다. 정답은 없으며, 아직까지 인류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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